책 {예로 지은 경복궁} 궁궐의 유교 질서, 실용 가이드, 느낀점
세계 각국의 건축물에는 고유의 아름다움이 있다. 우리나라 전통 건축물에는 무슨 아름다움이 숨어있을까? 대표적으로 건축적 배치, 이름, 기능 각각에 깊은 상징성과 사상을 담는다. {예로 지은 경복궁}에서는 조선 왕조의 정궁인 경복궁의 아름다움을 소개한다.
1. 궁궐의 유교 질서
{예로 지은 경복궁} 은 조선 왕조의 정궁인 경복궁 안에 담긴 유교적 가치와 조선의 정치 철학, 사회 구조를 종합적으로 풀어낸 인문교양서이다. 단순한 건축물이나 왕실의 공간으로만 바라보지 않았다는 차별성을 가졌다고 본다. 이 책은 경복궁의 건축적 배치, 이름, 기능 하나하나에 담긴 깊은 상징성과 질서를 통해 조선이 추구한 '예의 나라'라는 이상을 구체적으로 그려낸다. 책은 먼저 경복궁의 중심축을 따라가며 공간의 의미를 해설한다. 근정전은 단순한 국왕의 집무실이 아니라 '하늘의 명을 받든 군주가 백성을 위해 정치를 집행하는' 상징적인 장소다. 이곳의 이름 ‘근정’은 성실하게 정사를 돌보라는 유교적 군주의 덕목을 그대로 드러낸다. 근정전의 위엄 있는 기단과 삼도, 즉 임금만 걷는 길과 신하들이 걷는 길이 분리된 구조는 위계와 예절의 구체적인 실천 공간으로 작용한다. 또한 왕과 왕비의 생활공간인 강녕전과 교태전은 외척의 정치 개입을 막고 내외명분을 분명히 하는 유교 윤리의 실천장으로 묘사된다. 책은 왕실 공간이 단순히 사적 거처가 아니라 정치와 윤리의 훈련소이며, 백성들에게 모범을 보이기 위한 장소였다는 점을 강조한다. 건물 배치나 길의 방향, 기와의 수와 문짝의 개수까지 모든 것이 예의 체계 안에서 의미를 부여받았다는 해석은, 조선 건축이 단지 미적 취향이 아니라 철저한 정치철학의 표현이라는 점을 일깨운다. 더불어 이 책은 경복궁이 단절과 복원의 역사를 함께 지닌 상징적 장소라는 점도 놓치지 않는다. 임진왜란 이후의 폐허, 일제강점기 때의 훼손, 그리고 해방 이후의 복원 작업을 통해 경복궁은 단지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시대마다 '역사와 기억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살아 있는 공간이 되었다. 특히 복원의 과정에서 근정전과 광화문을 어떻게 복원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우리가 어떤 역사관을 지니고 있는지, 그리고 미래 세대에 무엇을 전하고자 하는지를 가늠하는 기준이 된다. {예로 지은 경복궁}은 건축에 관심 있는 독자에게도, 한국사나 유교 문화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도 유익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궁궐이라는 물리적 공간을 넘어서, 그것이 구현하고자 했던 '예의 나라' 조선의 이상을 되짚게 하며, 오늘날 우리 사회에 필요한 공공성과 질서, 책임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난 단순한 역사 해설서가 아닌, 동양 철학과 문화, 정치사상까지 아우르는 깊이 있는 교양서로서의 가치를 지닌 책이라고 판단한다.
2. 실용 가이드
경복궁은 단순히 겉모습만을 바라본다면, 화려한 전각들로 구성된 고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수 있다. {예로 지은 경복궁}은 이 궁궐이 어떻게 '예'를 공간화한 결과물인지 조망하며, 관람 시 무엇을 눈여겨보아야 하는 지를 친절하게 안내한다. 서울이 전 세계인들이 찾는 유명한 관광지가 되며 경복궁 또한 사랑 받고 있다. 그래서 다음은 경복궁 관람 시 반드시 주목해야 할 핵심 포인트 들을 준비하였다. 먼저, 흥례문에서 근정전으로 이어지는 직선의 축선을 따라 걷는 경험은 조선 왕조의 권위와 질서의 정수를 체험하는 길이다. 이 축선은 단순히 입구에서 정전으로 이어지는 동선이 아니라, '예법에 따라' 구성된 권위의 상징이다. 흥례문을 지나면 넓게 펼쳐진 근정문 앞뜰, 그리고 그 너머에 근정전이 위풍당당하게 자리한다. 이 직선의 길은 왕이 백성에게 나아가는 길이기도 하고, 반대로 신하가 임금을 향해 충성을 다짐하던 공간이기도 하다. 길 양옆에 배치된 품계석은 신하들의 서열을 명확히 나누며, '질서'라는 가치가 시각적으로 드러나게끔 배려되어 있다. 이를 통해 경복궁은 '보는 질서', '걷는 예법'을 건축으로 구현한 것이다. 다음으로 눈여겨봐야 할 공간은 강녕전과 교태전, 즉 왕과 왕비의 침전이다. 이 두 공간은 단순한 침소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강녕전은 ‘편안하게 다스린다’는 뜻으로, 임금이 안정적인 통치를 이어가길 바라는 상징적 공간이다. 구조적으로는 외부에서의 소음을 차단하고, 내부를 다소 어둡고 조용하게 조성하여 내면적 수양과 안정의 공간으로 기능하게 했다. 반면 교태전은 왕비의 침소이자, 왕실의 후손을 이어갈 씨앗이 움트는 공간이다. 흥미로운 점은 교태전 뒤편의 아미산 화계(화단)이다. 꽃과 나무가 어우러진 작은 정원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왕비의 품격과 생명의 순환을 상징한다. 정형화된 궁궐 건축 사이에서 유일하게 자연적 곡선을 띠는 이 정원은, 궁궐 내에서도 가장 인간적인 정서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경복궁을 관람할 때 이러한 상징성과 공간의 의미를 이해하고 본다면,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한 시대의 정신과 문화가 어떻게 구체화되었는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로 지은 경복궁}은 이러한 해석의 틀을 제공함으로써, 독자들이 경복궁이라는 유산을 더욱 깊이 이해하고, 나아가 자신만의 시선으로 고궁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다.
3. 느낀점
지금껏 경복궁은 내게 ‘역사적으로 중요한 장소’ 혹은 ‘사진 찍기 좋은 고궁’에 지나지 않았다. 대부분의 관광객들도 같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안에 담긴 정신, 공간 구성의 철학, 무엇보다 “예”라는 조선의 핵심 가치가 궁궐 곳곳에 배어 있다는 사실은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경복궁을 단순히 건축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예를 실천하는 구조'로 해석하는 저자의 시선은, 내가 사는 집이나 일상의 공간에 대한 태도마저 되돌아보게 만들었다. 공간은 단지 머무는 곳이 아니라, 그 안에서 내가 어떤 태도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반영하는 거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로 지어진 궁궐’이 있다면, ‘예로 살아가는 일상’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것이 진정한 독서의 가치라고 생각한다. 경복궁을 다시 보고, 그 정신을 새롭게 이해한 나는 이제 일상의 작은 행동 하나에도 ‘의미’와 ‘맥락’을 부여하려 한다. 그리고 현대 사회는 과거보다 훨씬 빠르게 돌아가고, 각자의 속도에 맞춰 움직이다 보니, 때때로 ‘함께 살아간다’는 감각이 무뎌진다. 마치 쉼 없이 돌아가는 기계장치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은 경복궁이라는 유산을 통해 공간의 미학과 인간관계의 윤리를 동시에 일깨워준다.내가 자주 사용하는 공간, 내가 자주 마주치는 사람들, 그 사이에 놓인 예의 숨결. 그것들이야말로 진정한 '문화유산'이 아닐까. {예로 지은 경복궁}은 단순히 고궁을 보는 시선을 바꿔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시선으로 삶의 태도까지 성찰하게 만드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