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퍼포머 연기론} 연기의 본질, 실전 연기, 살아있는 연기자

책 {퍼포머 연기론} 표지 사진

연기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어왔을까? 연기는 우리의 삶과 매우 밀접히 연관되어왔다. 우리는 살아가며 나도 모르게 연기를 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배우 지망생이라면 연기의 본질을 명확히 알고 연기를 해야 한다. 연기를 직업으로 하지 않아도 문화 생활을 즐기며 연기를 접할 때 본질을 알면 작품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다. {퍼포머 연기론}은 연기의 본질을 아주 명확히 소개해준다. 

1. 연기의 본질

라경민 교수의 {퍼포머 연기론} 은 기존의 재현 중심 연기에서 벗어나, 수행중심의 연기 개념을 정립하려는 시도를 담은 이론서이자 실천적 성찰의 기록이다. 이 책은 연기를 단순히 ‘역할을 흉내 내는 행위’로 보는 관점을 넘어, 배우가 '자기 자신으로서' 무대에 서며, 신체와 인식을 통해 현실과 적극적으로 교류하는 존재로 나아가야 함을 강조한다. 즉, 배우는 텍스트를 외우고 감정을 이입하는 존재가 아니라, 그 너머에서 ‘지금-여기’에서 존재하고 반응하는 퍼포머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라경민 교수는 동시대 연극이 요구하는 새로운 배우상에 주목한다. 변화된 공연 환경 속에서 배우는 더 이상 무대 위의 인형이나 캐릭터에 갇힌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신체성과 사유를 기반으로 실시간의 ‘현존’을 만들어내는 존재로 변모해야 한다. 그는 이를 위해 퍼포먼스 아트, 즉흥 연기, 신체 훈련, 탈텍스트 중심 연극 등 다양한 현대 연극의 흐름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면서 퍼포머적 연기의 철학과 방법론을 제시한다.책의 중심에는 ‘퍼포머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있다. 이에 대한 답은 단순하지 않다. 퍼포머는 타인의 삶을 흉내 내는 배우가 아니라, 자신의 신체를 통해 타자와 소통하고, 관객과 관계를 맺으며, 현실에 반응하는 존재다. 이는 곧 ‘연기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으로 이어지며, 독자는 이 책을 통해 연기의 의미를 새롭게 재구성하게 된다. 또한 이 책은 단순한 철학적 담론에 머무르지 않는다. 실제 교육 현장에서의 연기 훈련, 워크숍 사례, 몸을 인식하는 방식, 신체의 해방과 통제 등을 다루며 실천적인 접근을 함께 제공한다. 이는 이론과 실기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는 저자의 교육 철학이 반영된 결과다. 분석적으로 보았을 때, {퍼포머 연기론} 은 연기라는 행위를 재정의 하려는 현대적 시도의 결정체로 평가된다. 이는 배우 개인의 자율성과 창의성, 그리고 ‘진짜로 존재하는 것’에 대한 예술적 태도를 강화한다. 특히 한국 연극 교육에서 아직은 낯설 수 있는 ‘비재현적 연기’의 흐름을 본격적으로 소개하며, 동시대 예술의 흐름 속에서 연기의 미래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결론적으로, {퍼포머 연기론} 은 연기를 단지 ‘보여주는 기술’이 아닌, 존재 그 자체의 행위로 바라보게 만드는 전환점 같은 책이다. 스스로를 연기의 주체로 세우고자 하는 배우, 그리고 진정한 무대 예술의 본질을 탐구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깊은 울림과 도전 과제를 동시에 제공한다.

2. 실전 연기

연기는 실전이다. 그리고 우리 삶에 아주 밀접히 연관되어있다. 배우라면 습득한 것을 다양한 방법으로 연습에서 적용해 보아야 한다. 그래서 {퍼포머 연기론}은 기존의 감정 중심, 심리 분석 중심의 연기 교육에서 벗어나 배우가 현장의 생명력 속에 존재하는 사람, 즉 ‘퍼포머’로서 작동해야 한다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이 책에서 라경민 교수는 배우를 단순한 역할 수행자가 아니라, 자기 몸과 인식을 통해 무대를 살아 움직이게 하는 창조자로 바라본다. 이것은 단지 개념적인 접근이 아니라, 실제 연습 과정에서 명확히 드러나는 실행 가능한 기법들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 가장 핵심적인 차별점은 **‘연기의 주체로서의 배우’가 아니라 ‘관계를 생성하는 퍼포머’**라는 개념이다. 퍼포머 연기법에서는 ‘나’라는 존재가 인물에 빙의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상대와 어떤 관계를 맺으며 존재하는가가 중요하다. 이는 고전적인 '인물 분석' 중심 연기에서 흔히 간과되는 '관계 기반 즉흥성'을 부각시킨다. 실전에서 이 접근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훈련될 수 있다. 예컨대 배우는 특정 장면을 연습할 때, 사전에 인물의 감정을 설정하지 않는다. 대신, **상대 배우의 말과 행동, 그리고 나의 신체 반응에 집중하면서 즉석에서 장면을 ‘조율’한다. 감정을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이 발생하는 구조를 체험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특히 입시 연기, 오디션 현장에서 긴장으로 인해 준비된 감정이 무너질 수 있는 상황에 대단히 실용적이다. 또한 라경민 교수는 ‘신체 기반의 연기 훈련’을 강조한다. 몸은 마음보다 빠르며, 연기자는 자신의 신체를 열어놓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이를 위해 그는 ‘신체의 무중력화’, ‘상대와의 거리 감각 훈련’, ‘호흡을 통한 공간의 점유’ 등 구체적인 워밍업 및 훈련 방법을 소개한다. 이와 같은 신체 중심의 접근은 연극뿐 아니라 카메라 연기에서도 타자와의 리듬을 맞추고 집중력을 유지하는 데 효과적이다. 실전 연기에 퍼포머 연기론을 적용하면, 연기는 더 이상 ‘잘 하려는 연기’가 아닌, ‘살아 있는 장면을 만들어내는 창조적 행위’로 전환된다. 이때 연기자는 본인의 감정을 끌어내기보다, 관계와 상황을 ‘믿고’, 자연스러운 반응을 허용하는 자세를 배운다. 이는 연기에 대한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무대 위에서의 존재감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방법이다. 요컨대 {퍼포머 연기론} 은 연기라는 예술 행위를 ‘기술’이 아닌 ‘살아있는 행위’로 복원하려는 시도다. 그것은 연기의 본질이 단지 결과로서의 감정 표현이 아니라, 과정 속에서 스스로를 갱신하는 창조 행위임을 새삼 일깨워준다. 연기를 준비하는 수험생, 무대에서 더 깊이 있는 표현을 원하는 배우, 혹은 연기를 처음 배우는 이들까지도 이 책을 통해 ‘존재하는 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3. 살아있는 연기자

{퍼포머 연기론} 을 읽으며 나는 지금까지의 연기에 대한 관점이 얼마나 한쪽으로 치우쳐 있었는 지를 깨달았다. 연기를 배우기 시작하면서부터 나는 늘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어떤 표정과 목소리로 관객을 설득할 것인가에만 몰두해왔다. 그런데 이 책은 그 모든 고민의 방향이 잘못되어 있었음을 정면으로 지적한다. ‘연기는 감정을 표현하는 기술이 아니라, 살아있는 관계 속에서 반응하는 몸의 예술’이라는 말이 특히 인상 깊었다. 배우는 감정의 설계자가 아니라, 관계 속에서 반응하고, 순간을 살아내는 존재라는 시선은 연기에 대해 다시 고민하게 만들었다. 감정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압박감, 인물 분석에 매몰되는 피로감, ‘잘해야 한다’는 불안들이 이 책의 문장을 통해 조금씩 옅어졌다. 특히 ‘퍼포머’라는 단어가 반복될 때마다, 나는 무대 위에서 스스로가 ‘역할을 연기하는 사람’이 아닌, ‘지금 그 자리에 존재하는 사람’이어야 함을 실감했다. 이 책은 단지 연기 기술을 알려주는 게 아니라, 연기를 대하는 존재 방식 자체를 전환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상대를 경청하며 반응하라’, ‘자신의 몸을 열고 허용하라’는 구절들은 단순한 조언을 넘어서 연기뿐 아니라 인간 관계 전반에 적용될 수 있는 삶의 태도처럼 느껴졌다. 연기가 곧 삶이며, 삶이 곧 연기라는 말이 이렇게 가깝게 다가온 적은 없었다. 무엇보다 이 책은 나에게 연기를 ‘다시 시작할 용기’를 줬다. 감정을 억지로 끌어내는 데 실패했던 날들, 실기 시험장에서 머릿속이 하얘졌던 경험들, 관객 앞에서 얼어붙었던 순간들이, 모두 ‘관계와 존재’에 집중하지 못한 결과였다는 사실을 자각했다. 이제 나는 다시 무대에 설 때, ‘이 장면에서 어떤 감정을 보여줄까?’보다는 ‘이 사람과 어떤 관계를 만들어갈까?’를 먼저 생각하게 될 것이다. {퍼포머 연기론} 은 나 같은 배우 지망생에게 단지 연기를 ‘잘하게’ 해주는 책이 아니다. 그것은 무대 위에서 진짜 나로 존재할 수 있도록 돕는 안내서이며, 때로는 자신을 놓치고 방황할 때마다 꺼내어 읽게 될 나만의 연기 철학서가 되었다.배우가 되고 싶은 이유가 무엇인지 다시 묻고 싶을 때, 이 책은 말없이 등 뒤에서 ‘그대로 살아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이제, 감정을 연기하는 배우가 아닌, 관계를 살아내는 퍼포머가 되고 싶다.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책 {파우스트} 욕망과 바꾼 영혼, 중심 문장, 나의 생각

책 {죽은 시인의 사회} 삶을 흔든 문학 수업, 카르페 디엠, 느낀점

책 {포레스트 검프} 삶을 걷는 바보, 명대사, 나를 울린 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