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총,균,쇠} 문명 격차의 시작, 역사에서 배우는 통찰, 격차를 마주하다

책 {총,균,쇠} 표지 사진

인류는 어떻게 지금의 모습까지 성장해 올 수 있었을까? 지금 인류의 모습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가?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흔히 하던 생각하다. 20대를 보내는 지금은 "역사는 반복된다."는 신념 하에 앞으로의 미래를 분석하며 과거의 인류 문명을 분석해보곤 한다. {총,균,쇠}는 그 중심에 있었을 만큼 견고한 서적이다. 

1. 문명 격차의 시작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는 인류 문명의 불균형한 발전 양상을 설명하려는 대담한 시도이자, "왜 어떤 사회는 다른 사회보다 더 부유하고 강력한가?"라는 오래된 질문에 대한 과학적이고도 역사적인 답변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세계를 지배하게 된 서구 문명이 지리적, 환경적, 생물학적 우위로부터 시작되었으며, 그 결과로 ‘총과 균, 쇠’라는 세 가지 핵심 요소를 통해 타 문명을 압도하게 되었다는 주장을 펼친다. 가장 핵심적인 주장은 이렇다. 유라시아 대륙은 작물 재배와 가축화에 유리한 식물과 동물 자원이 풍부했고, 동서로 넓게 뻗어 있어 농업 기술이 다른 지역보다 빠르게 전파되었다. 농업이 가능해지자 잉여 식량이 생기고, 이는 정착, 인구 증가, 정치 체제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안정된 식량 기반은 기술 발전과 군사 조직화의 기초가 되었고, 결과적으로 총(무기), 균(면역력), 쇠(기술력)로 대표되는 힘이 쌓이게 된 것이다. 또한 가축과 밀접하게 생활하던 유라시아인은 자연스럽게 전염병에 노출되었고, 반복적인 감염을 통해 면역체계를 강화했다. 반면, 미대륙이나 오세아니아처럼 가축이 부족한 지역의 원주민들은 외부로부터의 감염에 취약했다.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진출이나 제국주의 시기의 유럽 확장 과정에서 전염병은 총칼보다 더 치명적인 무기가 되었다. 이 책은 인종이나 지능 같은 생득적 차이를 문명의 발전 이유로 삼는 기존 편견을 철저히 거부한다. 대신, 인류가 처한 '출발선의 차이', 즉 환경적 조건과 지리적 운이 모든 문명의 형성과 발전을 결정지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각은 사회 발전을 ‘능력의 결과’로 보는 시선에 무개를 두며, 현대 사회의 불평등 구조에 대한 새로운 성찰을 요구한다고 생각한다. {총, 균, 쇠} 는 단순한 역사서가 아니다. 인류학, 생물학, 지리학, 경제학, 생태학 등을 넘나들며 문명의 기원을 입체적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지적 지도’에 가깝다고 본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현재의 세계가 어떤 ‘우연’과 ‘필연’의 결과로 형성되었는지를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우리가 사는 세계의 겉모습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의 복잡한 구조와 역사적 연속성을 성찰하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참된 책이다.

2. 역사에서 배우는 통찰 

{총,균,쇠}는 과거에 초점이 맞춰진 책이다. 그렇다면 이걸 현재에 적용할 방법은 없나? 당연히 있다. 거듭 강조하지만 과거는 미래의 거울이다. 과거에 대한 정확한 통찰의 과정을 거친다면 미래에 대한 더욱 정확하고 견고한 대처가 가능할 것이다. 특히 이 책이 오늘날 독자에게 주는 가장 큰 교훈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사회에서의 불평등이 단지 개인의 능력이나 민족의 우열에 의한 것이 아니라, 지리적 조건과 환경적 차이에 따른 장기적인 역사적 흐름의 결과라는 점이다. 하지만 주의할 점은 환경적 요인을 합리화의 수단으로 사용하진 않아야 한다. 발전을 하려면 {총,균,쇠}속에서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모색해야한다. 이러한 관점은 개인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고 본다. 우리는 종종 누군가의 성공이나 실패를 '노력'만으로 판단하고, 특정 국가나 민족의 우위를 절대화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총, 균, 쇠}는 그러한 이분법적 사고를 넘어서, 사회구조와 역사, 환경의 맥락 속에서 개인과 집단을 바라보는 시야를 확장시켜 준다. 이것은 타인에 대한 이해와 포용을 가능하게 할 뿐 아니라, 오늘날 우리가 겪는 기후 위기, 기술 불평등, 글로벌 경제 격차 등의 문제를 더 넓은 맥락에서 이해하고 대처할 수 있는 안목을 길러준 책이었다. 결국 이 책은 단순히 과거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이해하기 위한 강력한 사고 도구라고 생각한다. 세계의 구조를 단순화하거나 운명론적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역사의 연속성과 복잡성 속에서 자신과 사회를 위치시키는 지성적 태도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더욱 절실하다는 메시지를 조용히 던지고 있다.

3. 격차를 마주하다

{총,균,쇠}를 독서하며 나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바뀌었다. 전까지 나는 국가 간의 격차나 문명의 발전 정도를 단지 노력이나 지도자의 역량, 혹은 문화적 우월성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때로는 우리 민족의 우월성에 취해있기도 했고, 때로는 원망하기도 했다. 부끄럽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그런 통념의 뿌리를 흔들었다. 인간은 어디에서 태어났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조건 속에 놓이게 되며, 그 조건이 곧 인류의 역사를 만들어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환경의 결정적 역할'이다. 유라시아 대륙이 가진 지리적 이점, 가축화할 수 있는 동물의 분포, 작물 재배의 적합성 등이 역사적으로 어떤 강대국을 만들었는지를 설명하는 대목에서, 나는 인간이 ‘우연’과 ‘환경’에 얼마나 종속된 존재인가를 절감했다. 그동안 무의식적으로 가지고 있던 우월감이나 자기 합리화는 이 책 앞에서 철저히 해체되었다. 나의 가치관에도 변화가 생겼다. ‘더 많이 가진 자’에 대한 동경보다는, ‘왜 이런 차이가 발생했는가’를 이해하고, 그로 인해 발생한 불평등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내가 지금 어떤 위치에 있고, 어떤 혜택을 받아왔는지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총, 균, 쇠} 는 단순히 인류학적 교양서를 넘어, 내가 속한 사회와 나 자신의 정체성을 성찰하게 만드는 거울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난 지금, 나는 더는 세상을 단순한 흑백 논리로 보지 않게 되었고, 보다 겸손한 태도로 인간과 역사를 대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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